CULTURE/연극2011. 1. 22. 11:59


어느날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는다면- 무언의 어둠과 맞딱드린다면- 과연 기분이 어떨까요?

모든 것이 다 무너지고 인생에 의미를 잃어버림과 동시에 세상에 분노를 느끼게 될 지로 모릅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냐며 울부짖고 복잡하게 얽혀가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럴거라는 상상을 하다가도- '아, 다행이다'라며 장애가 없는 나 자신으로 돌아오며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그리곤 다시 일상으로-

그런데 여기, 하루아침에 칠흙같은 어둠과 만나게 되는 기구한 운명의 남자가 있습니다.


한 때는 잘나가는 바의 사장이었습니다.
멋드러지게 노래도 부르고, 비록 무식하고 명품을 밝히지만 결혼하고 싶은 여자친구도 있습니다.
지금 나의 삶은 화려하고,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굽신굽신하는 것이 뿌듯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어떤 수수한 차림의 여자가 들어옵니다.
그의 바는 럭셔리 그자체- 그의 여자친구는 그 알바생이 못마땅합니다.
이 바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무시하고 밀쳐내고 폭언을 합니다. 하지만 남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름다운 노래솜씨에 그 여자를 아르바이트생으로 허락하게 되죠-


그러던 어느날- 그는 운명의 장난처럼 두 눈이 멀어버리는 희귀병에 걸리게 됩니다.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믿고싶지 않았습니다. 이건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늘은 냉정했고- 그는 부정합니다. 아니라고 발악합니다.


자신에게 있어 소중했던 친구와 애인-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건 그 남자만의 착각이었나봅니다.


그의 친구와 애인은 눈이 보이지 않는 그에게 있어- 그저 남일 뿐이었습니다.
돈, 재산, 자존심- 모든 것을 가져가 버렸습니다.

남자는 다 잃었습니다.
하지만 몰랐습니다. 자신의 친구와 연인이 그런 일을 저질렀을거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습니다.
헛된 믿음에 허우적거리는 쓰레기같은 자신,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 남자, 시력을 잃음과 동시에 '싸이코메트리'라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물건과 접촉하고, 사람과 접촉할 때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동안 몰랐던,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다른 사람들은 어떠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지-
마치 점쟁이처럼 다 알아맞히며 점점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 갑니다.

불신으로 가득찹니다. 이제 세상에 혼자 뿐입니다.
아무도 믿을 수 없습니다. 다 가식일 뿐입니다.
그러던 그에게 다가온 수수한 여자알바생은 왠지 이상합니다.
마음이 읽어지지 않습니다. 손을 잡아보고 허리도 잡아보고 살짝 안아도보고,
도대체 어디서 온 거지? 남자는 당황합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은 천사같은 여자-
그 여자는 남자에게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알려줍니다.
신기합니다. 보이지 않는데, 보이기 시작합니다.

가슴이 벅찹니다. 눈으로 볼 때는 몰랐던 세상이 보입니다.
남자는 이렇게 깨달아갑니다.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이 진실한 것임을-
모든 가식을 털어버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려면 마음의 눈을 떠야 함을-

^^

[open your eyes]는 창작극임과 동시에 큰 뿌리는 이동우씨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동우씨는 왕년에 '틴틴파이브'로 화려한 생활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2003년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
망막색소변성증(RP)라는 희귀병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금 그의 시력은 정상 수준의 5%도 안 된다고 합니다.
겨우 빛과 어둠을 구별할 수 있는 정도...

 하지만 그는 좌절을 기적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티비에서는 그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서점엔 그의 자서전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을 울리고 희망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극을 마친 이동우가 말합니다.
"여러분, 저는 지금 여러분을 보지 못합니다."

저는 왠지 그의 눈을 쳐다볼 수 없었습니다.
눈물이 이미 저의 눈을 덮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배우였다면 '눈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연기했을 텐데-
이동우는 '눈이 보이는' 상황을 연기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그의 모습은 정말 멋지고 아름다웠습니다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open your eyes]는
'close your eyes...open your mind'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동우씨는 아마도 수십회에 걸쳐 연기하면서 어쩌면-
아직도 남아있을지 모를 상처를 치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이 연극은 마음으로 듣고 봐야 합니다. ^^
우리가 뜨고 있는 눈- 이 눈이 보고 있는 것은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것일까요?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사람의 손을 꼬옥 잡고 보러 가시길 추천합니다.

개인별점 : ★ ★ ★ ★ ★

p.s. 이 연극은 배경음악이 올 라이브로 진행됩니다.
왼쪽 구석에서 피아노 연주하시는 여자분이 계신데요. ^^
너무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사..사...좋아합니다. *-_-*

포스터, 사진 출처 : 인터파크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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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연의 행복한 파동을 전해드립니다.
문화공연 오픈플랫폼 아트오션 by 감성두부

Posted by 아트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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